이 책은 박탄고프가 그의 스승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 시스템을 정립하고 보급시킨 교육자로서의 수업 과정과, 연출가로서 그의 작업에 대한 고르차코프의 생생한 기록으로 되어있다. 여기에는 박탄고프가 스타니슬랍스키의 시스템을 어떻게 커리큘럼화시키고, 연출적으로 어떠한 역사적 의의를 남겼는지에 대한 찬양보다는, 저자가 직접 생전의 박탄고프의 수업과 공연에 참여자로, 수업에서 목격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예시들과, 박탄고프가 공연에 임하는 태도와 정신, 치열한 탐구의 시간들을 생생한 모습으로 기록했다. 본문에 나와 있듯, 수업이나 작업에 있어 꽤나 엄격했던 박탄고프였지만, 그의 제자들은 끊임없이 그에게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호기롭게 새로운 의문에 도전을 하며 예술에 자신을 던지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다. 박탄고프 본인 스스로가 그랬듯 말이다. 또한 그가 고민했던 교육철학과 공연예술에 있어 동시대성은 백여 년 가까이 지난 현대의 연극인들이 고민하는 그것과 동일 선상에 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요새 침체된 한국 공연계에 다시 한 번 되짚어야 할 질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창조적 과정에 몸담고 있는 한국의 많은 연극 예술가들에게 용기를 주고 예술가로서의 도전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연출가들의 자유롭고 열린 작업 자세와 치열한 탐구정신이어야 할 것이며, 배우들 및 현장 관계자들 역시 작업에 있어 동등한 주인의식을 갖고 작품에 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연극인들이 동등한 창조자로서 그 몫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게끔, 실력을 키우고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미래의 연출가들과 나의 동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